오랜 세월을 함께 한 남다를 것 없어 보이는 부부가 있다. 부인은 남편에게 맥주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를 하고, 남편은 부인에게 살 좀 빼라며 핀잔을 준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탓에 빚쟁이가 집까지 찾아오고 우편으로 최고장이 온다. 하지만 호랑이가 다니던 시절, 구정 대공습 이후에 열심히 돈을 모아 마련한 집에 대해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나뿐인 아들은 자라서 멀리 떠나가는데, 이들이 살던 도시는 인간의 욕심으로 망가져 가는 대자연에 의한 기후변화로 수면 아래로 잠겨버린다. 아들은 미래에 그리워하게 될 현재와, 아직 그리움을 알지 못했던 과거로 의식을 이동하며 사라져갈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수의 단편과 다큐멘터리로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 젊은 감독 츠엉 민퀴는 자신과 가족을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결합한 독특한 장편 데뷔작을 만들었다. 영화라는 매체가 갖는 시간과 공간의 기록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탐구는 과거, 현재, 미래와 현실과 상상을 자유롭게 오가며 삶 속의 가치를 논하고 있다. (박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