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누명을 쓰고 기소되었던 야하는 무죄 선고를 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가 일하던 방직 공장의 동료들과 주변의 이웃들은 그의 등장을 반기지 않는다. 의심의 눈초리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야하를 향해 크고 작은 폭력들이 행사된다. 그에게 있어서 유일한 위안은 사랑하는 아내 모흐루와 함께하는 소박한 시간이다. 함께 저녁을 먹고, 산책하고, 폐쇄된 철도 역을 지나는 기차를 바라보는 일. 그러던 중, 아내는 점점 알 수 없는 병색을 보이고, 어느 날 갑자기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다. 그즈음, 야하는 공장에 새로 들어 온 젊은 탈라트에게 점점 눈길이 간다. 야하의 마음속에서 아내의 사라짐과 탈라트의 등장이 겹쳐지면서 영화는 점점 알 수 없는 결말을 향해 간다. 망상과 플래시백, 현실이 혼합된 영화의 플롯은 삶과 사랑의 점차적 소멸을 새로운 사랑, 혹은 삶의 시작과 중첩한다. 주인공 야하의 망상은 장밋빛 꿈이라기보다는 자학적인 현실 부정의 몸짓이다. 따라서 영화 속 꿈만 같던 몽환적 순간들은 어김없이 절망적 현실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영화의 종결부에서 이 절망적 현실은 또 다른 희망을 예견케 한다. (홍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