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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발자취

영화 정보

동경 이야기 Tokyo Story

제20회(2015) 특별기획 프로그램

가족 · 노인/고령화 · 도시/도시화  

  • 국가Japan
  • 제작연도1953
  • 러닝타임136min
  • 상영포맷 Film(35mm)
  • 컬러B&W
Program Note
헌신과 진심으로 자식을 키운 부모들에게 장성한 자식들은 어떤 의미일까? 부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식들은 진정 알고 싶을까? 오즈 야스지로의 따듯하고 숨 막힐 듯 놀라운 영화 <동경 이야기>에서 노부부 슈키치(오즈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류 치슈)와 도미(히가시야마 지에코)는 막내딸과 살던 시골집을 떠나 다른 자식들이 살고 있는 도쿄로 먼 길을 나선다. 하지만 노부부는 자식들이 너무 ‘바빠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 어렵다는 사실만을 알게 될 뿐이고, 어린 손주들은 심지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등장에 투덜대기까지 한다. 전사한 차남의 미망인인 며느리 노리코(하라 세쓰코)만이 진심으로 노부부를 대하고, 더욱이 노부부와 함께 있는 것을 즐거워한다. 노리코는 시부모를 성가신 늙은이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존중한다. 한없이 순하고 착하기만 하던 자식들이 변해 버린 모습에 의아해 하며 노부부가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 중 하나다. 자식보다 손자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슈키치가 말하는 순간, 속마음의 일단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노리코가 친자식들보다 훨씬 더 가족 같다고 느낀다. <동경 이야기>는 나이 듦에 대해, 소원해지고 멀어지는 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부모의 무한한 내리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자식에게도 조건 없이 주어지는 사랑을 성찰하는 영화다. 동시에 대도시에 갓 올라온 노부부의 소박한 모험담이기도 하다. 양복을 입은 슈키치와 기모노를 입은 도미는 친절한 관광 가이드를 자처한 노리코의 안내로 도쿄를 구경한다. 이후 자식들의 지원으로 며칠 온천에 머물기도 하지만, 이 며칠은 전혀 휴식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딸의 좁은 아파트에서 불청객이 된 듯한 불편함을 느낀 부부는 며칠간 따로 지내게 되고, 슈키치는 옛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가 고주망태가 되도록 취한다. 도미는 노리코의 작은 아파트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그녀에게 재혼을 강권하면서, 자신의 아들이 제멋대로고 속이 좁아 좋은 남편이 아니었다고 거리낌없이 인정한다. <동경 이야기>는 품이 넓고 결이 고운 아름다운 영화다. 도미가 언덕에 서서 어린 손자와 얘기하는 장면을 슈치키가 창문으로 내다보는 시퀀스가 있다. 롱숏으로 찍힌 이 장면은 노년 세대와 유년 세대 간의 유대를 보여 주는 매력적이고 감미로운 순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카메라가 다가가면, 무심한 어린 손자에게 장래 희망을 묻고 있지만 정작 손자가 그 꿈을 이룰 때까지 자신이 살지 못할 것을 알고 있는 도미의 모습이 드러난다. <동경 이야기>에는 자기 연민이 없다. 단지 살면서 겪게 되는 실망들을 씁쓸하게 인정할 뿐이다. 하지만 오즈는 실망이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그런 실망들 사이에서 솟아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테파니 자카렉)
Director
Director
오즈 야스지로

OZU Yasujiro

가장 일본적이란 평가와 함께 세계영화사에 길이 남을 거장으로 존경 받는 감독. 1927년 쇼치쿠 스튜디오에서 데뷔해 평생을 영화와 함께 살았다. 가족의 관계, 세대간의 갈등, 그리고 전통적인 가치와 근대의 가치가 충돌하는 일본사회의 모습을 독창적인 리듬과 긴장감으로 담아냈다. 대표작으로는 <늦봄>, <초여름>, <동경 이야기>, <부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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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Director OZU Yasujiro 오즈 야스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