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아노는 아내와 함께 사소한 사기를 쳐서 생긴 돈으로 수입을 메꾸며 살아가는 나폴리의 생선장수다.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인 그는 손님과 친척들을 언제나 즐겁게 해준다. 어느 날 가족의 권유로 리얼리티 쇼에 출연 신청을 하면서 현실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찾아온다. <리얼리티>라는 제목은 다층적이다. 영화 속 보통 인간들의 ‘현실’을 의미하기도, 빅 브라더스 리얼리티쇼의 리얼리티를 의미하기도 한다. 게다가 시작과 끝의 카메라 움직임은 우리를 그런 ‘리얼리티’의 관찰자 입장에 두는 효과가 있다. 영화, 즉 허구적 리얼리티의 세계로 인도된 우리는 영화 내내 카메라와 함께 유영하며 주인공이 천천히 현실과 유리되어가는 섬뜩한 모습을 일종의 리얼리티쇼로 관람한다. 그래서인지 즐거워야 마땅할 장면들도 석연치 않게 느껴지지만, 그것이 늘 자본주의의 이면을 꼬집는 이 이탈리아 작가의 또 하나의 ‘리얼리티’ 처리 방식이니 어찌하겠는가. 여덟 번째 장편으로 <고모라>(2008)에 이어 다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미래의 거장 마테오 가로네의 신작은 놓쳐서는 안 될 수작이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