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1960년대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가난한 시골에서 함께 자란 스린틸과 라수스는 서로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댄서 롱갱이 되려는 스린틸의 열망과 그녀가 자신의 여자로만 살기를 바라는 라수스의 바램이 그들의 사랑을 방해한다. 댄서 롱갱은 춤추는 여신의 정령이 깃들었다고 여겨지는 마을의 수호자이며 육체를 매개로 신의 축복을 마을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의무를 지닌다. 라수스는 그런 롱갱의 운명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스린틸을 견딜 수 없어 고향을 떠나 군인이 된다. 이제 그들의 삶은 엇갈린 채로 시대의 혼란과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댄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제국주의적 침략과 독재의 억압으로 점철된 인도네시아의 근대를 경험하고 통과하는 현장을 결코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생생하게 재현한다. 독자적 문화를 가진 다양한 종족들이 살고 있는 그 땅에 전통과 근대가 혼재하는 가운데, 무지하지만 소박한 사람들이 경제적 빈곤으로 인해 정치적 혼란에 휘말린다. (김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