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은 대만을 대표하는 20인의 감독이 ‘대만의 고유함’을 각자 특유의 문제의식과 감각으로 표현한 옴니버스 영화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닷없이 찾아드는 그리움과 웃음 그리고 공포의 순간들, 개인의 기억과 현재 삶을 통해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역사의 조각들, 사랑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한 이들의 고독과 소외, 의식적으로 혹은 부지불식간에 자행되는 각양각종의 구조적 폭력과 그에 노출된 자들의 고통 등이 다양한 영화적 형식을 빌려 구현된다. 달리 말하면 이 영화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보편적 감정들이 현대의 대만이라는 시공간적 조건 속에서 유발되고 경험되는 특수한 방식을 보여준다. 5분 내외의 단편들임에도 타자로서는 결코 가늠할 수 없는 그들 내면의 풍경을 집약적으로 제시하면서, 그들이 자신들만의 것이라 여기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그들에게서 보는 것과는 얼마나 다른지를 곰곰이 들여다보고 질문하게 만든다. 또한 대만 뉴웨이브의 대표적 감독으로 알려진 허우샤오시엔과 왕통을 비롯해 오늘날 대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주요 감독들이 대거 참여한 까닭에, 관객은 <10+10>을 통해 대만영화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