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한 가정. 결혼식 준비가 한창인 마당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족들이 분주히 오간다. 그러던 중 집안의 어른인 할아버지가 사망한다.‘ 물라(회교 율법학자)’였던 그의 유언에 따라 모스크 근처 묘지에 관을 묻기 위해 가족들이 길을 떠난다. 낯선 도시에서 청년 카젬과 옛사랑이었던 그의 형수 마리암은 새로운 관계로 접어든다. 결혼식과 장례식이라는 삶의 대‘ 축제’를 매개로 이란사회에 비판적 시선을 던지는 주목할 만한 데뷔작. 영화 중반까지 끊임없이 유영하는 관찰자적 카메라는 이란의 다양한 풍습을 감상하도록 이끈다. 그러나 이런 다소 이국적 정취는 주인공들이 집이라는 전통 공간을 떠나 열린 세계로 접어들면서 보다 비판적 시선에 자리를 내준다. 전반부에 매우 은밀하게 암시됐던 옛 사랑의 관계 또한 중반부를 지나면서 보다 명백해진다. 이란 감독의 시선은 매우 조심스럽지만 은밀하게 전복적이다. 영화 초반에 무심히 보여진 듯하지만 다시 마지막 쇼트를 장식하는 그림은 간접적이지만 뚜렷한 감독의 의지를 입증한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