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이 종식된 지 얼마 안 된 모잠비크의 외딴 마을에서 두 달 동안 다섯 명의 UN 평화유지군이 폭발사고로 죽는다. 현장에는 기이하게도 그들의 성기와 베레모만 남아있다. 사건 수사를 위해 이탈리아 출신의 마시모 리시 대령이 파견되어 복잡하게 얽힌 폭발 사건의 진상을 풀어간다. 모잠비크가 마주한 탈식민 시대의 고민을 유머러스하게 다룬 영화. 엉뚱함과 기발함, 환상이 천방지축 뒤섞인 독특한 작품으로 아프리카 특유의 전근대적이고 마술적인 요소가 매력적이다. 유럽 자본이 주를 이루지만 실질적으로는 아프리카 영화로, 어렵게 세상 빛을 보게 됐다. 엉성한 듯 하면서도 사회비판 의식과 동시대의 고민을 뚜렷이 제기하며, 영화 마지막에 모든 예측을 깬 설정 속에 모습을 드러내는 플라밍고는 모잠비크의 선조와 모잠비크인들의 원초적 정체성을 상징할 것이다. 지성보다는 감성으로 마주해야 참뜻을 음미할 수 있는 개성 넘치는 영화.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