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23년 만에 고국을 방문한 입양아 메이와 심장병을 앓고 있는 택시운전수 은설의 이야기다. 공항에서 만난 두 사람은 우연한 기회에 서로를 돕게 되고, 영화는 서로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인물들의 과거와 상처의 연대기를 보여준다. 화를 내야 할 대상인 친부모를 찾지 못한 메이의 답답함과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의 고통을 감내하는 은설은 희망이라는 이름의 ‘토끼’를 꿈꾸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어두운 청춘을 통과하는 방황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저마다의 상처는 서로를 더욱 깊숙하게 찌르기도 하고, 덧난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도 한다. 주지홍 감독은 청춘들이 방황하는 모습을 거리를 두고 차분히 들여다 보면서, 희망의 그림자를 슬며시 엿본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