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전개방식은 1950년대를 전후로 한 할리우드 커플서사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만식과 연희는 과거의 상처를 뛰어넘어 커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실랑이를 벌이고, 재난을 경고하는 김박사는 이혼한 아내와 딸의 등장으로 인해 번민에 빠져든다. 형식은 서울에서 온 여성을 구조하면서 주변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폭풍 속을 헤쳐 나간다. 재난영화와 커플서사의 결합의 양상은 지난 세기에 [타이타닉]이 취했던 전개방식이기도 하다. 해운대를 휩쓸고 간 쓰나미는 모든 갈등을 무화시키는 커플들의 내면 풍경이며, 갈등의 외화라는 전형적인 축을 만들어낸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고전적인 서사가 한국영화의 최고 흥행작 중 한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영화 기술의 최첨단 테크놀로지와 고전적인 서사의 만남은 한국의 대중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