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두 개의 섬이 있다. 자살을 시도한 남자 김씨는 밤섬에서 표류를 하게 된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여자 김씨는 방을 나서지 않는 인물이다. 어느 날 그녀는 밤섬에서 표류를 하고 있는 남자 김씨를 발견한다. 여자 김씨는 와인병에 안부를 적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남자 김씨는 모래사장에 ‘HELP’라고 썼던 글자를 ‘HELLO’로 바꾼다. 두 사람은 자신의 공간에서 조금씩 나아가면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자장면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가 하면, 점점 더 서로 만나기를 소망하기 시작한다. 결국, 이들의 표류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줄 누군가가 없다는 부재의 표시가 아닐까. 도시인들의 인정 욕구와 자기만의 방을 나서는 방법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이 작품은 한정된 공간 속에서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하는 재능을 구사한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