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코는 대체로 운이 나쁜 편이었다. 어릴 땐 만년 꼴등 소녀였고 지금은 루저에 가깝지만 그녀의 인생에도 바야흐로 역전이 일어나리라 기대했다. 그녀는 며칠 뒤에 있을 결혼식을 자신의 찌질했던 인생과 영원히 작별할 시점으로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 앞에 날벼락 같이 주인집 변태 아저씨의 시체가 놓인다. <신부의 수상한 여행 가방>은 그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길을 나선 히로코가 상습적인 자살미수자 후쿠코를 만나 벌이는 좌충우돌 엎치락뒤치락 코미디다. 일본의 중견 배우 기시타니 고로가 연출한 이 영화는 우에노 주리의 영화이기도 하다.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우에노 주리가 연속되는 불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지켜보는 일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온갖 기상천외한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순간 순간. 코미디라는 이 영화의 장르도 때때로 공포, 판타지, 뮤지컬 장르에 자리를 내어준다. 목적이 뚜렷하면 서사적 디테일은 중요하지 않은 지도 모른다. <신부의 수상한 여행 가방>은 그 목적에 충실한 영화다. 하지만 그 끝엔 또 다른 불운이 기다리고 있다. (강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