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감독의 1994년 작인 <동사서독>을 재편집하고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영화.??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자객을 고용해 돈벌이하는 시니컬한 인물‘서독’을 중심으로 다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왕가위 감독이 중국의 오지 사막에서 2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나 이 영화의 후반 작업 틈을 타 순식간에 완성한 <중경삼림>의 흥행성적에 비하면 완벽하게 썰렁한 반응을 얻었던 영화다. 그 후 높아진 감독의 명성 때문에 다른 통로로 이 영화를 본 관객은 많을 것이나 단언컨대 <동사서독>은 필름으로‘감각’해야만 하는 영화다. 사막의 모래 알갱이처럼 서걱거리는 화면 입자는 필름을 통해 비로소 인물의 내면을 제대로 비춰내기 때문이다. 94년 작보다 7분 정도 짧아진 편집에 크레딧과 엔딩 타이틀 디자인이 달라졌다. 지금도 가장 빛나는 자리에 있는, 혹은 이미 다른세상으로 떠난 당대 최고 홍콩 배우들의 연기와 크리스토퍼 도일의 카메라는 여전히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무엇보다 왕가위 감독의 상대적으로 간과되었던 이 영화의 진가를 만끽하고 재평가할 기회다. (강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