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로카르노영화제 관객상
반전이든 정당화이든 전쟁영화가 공통적으로 다루는 주제는 `인간애`이다. 인류가 행하는 가장 추악하고도 비인간적인 행위가 전쟁이기에 그 살육의 현장에 대한 죄의식과 자기반성은 가장 근원적인 인간애로 표현된다. <타인의 삶>은 엄밀한 의미에서 전쟁영화는 아니지만, 인류역사상 가장 지능적이고 광범위했던 전쟁인 `냉전`시대의 휴머니즘을 다루고있다. 차가운 로봇 같은 비밀경찰 와이즐러는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레이만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감시를 계속할수록 드레이만에게 인간적으로 끌리기 시작한다. 와이즐러는 많은 영화에서 수퍼에고를 대변해온 주인공들과 닮아있다. <데미지>의 스테판, <레옹>의 레옹, <몬스터 볼>의 행크가 그러했듯 그 역시 자신의 신념에 대해 맹목적이며 청교도적인 생활을 고집한다. 이들 수퍼에고가 리비도에 굴복하는 동기가 대부분 약자인 여성이었다면, 비즐러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인물은 반대로 모든 것을 지닌 지식인 남성이다. 그 동기가 강자에 대한 동경이었든, 예술에 대한 갈증이었든, 신념에 대한 의문은 언제나 인간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이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