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건물과 같은 새로운 공간을 탐험해 보고 싶었다. 이곳의 경치, 이곳의 소리와 침묵, 모퉁이들과 전기 표지판들, 이곳을 둘러싼 환경, 이곳의 구석과 은밀한 장소들, 이곳의 전망, 그 모든 것을......" -리산드로 알론소 전작 <죽은 사람들>의 미니멀리즘을 또 다시 보여주는 리산드로 알론소의 <판타스마>는 차이 밍량의 <안녕, 용문객잔>처럼 극장이라는 공간에 바쳐진 찬가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산마르틴 극장에 두 남자가 찾아온다. 한 명은 자기가 출연한 영화를 보러 온 배우이고, 다른 한 명은 복잡한 극장 건물 안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마치 미로와도 같은 극장은 인간과 문화, 그리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미묘한 방식으로 그 문화가 창조되는 장소와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기 위한 최상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느린 호흡으로 진행되는 사색적인 영화로, 침묵 속에서 텅 빈 극장을 배회하는 남자를 보여주는 롱테이크의 롱쇼트는 알론소 영화의 특징인 서정미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