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칸영화제 감독 주간 부문 1979년 10월 26일 일어난 박정희 대통령 피살 사건을 극화했다. 헬기에 자리 없어 대통령과 함께 행사에 가지 못하고 병원을 찾은 중앙정보부 김부장은 주치의로부터 건강이 안 좋으니 잠시 쉬라는 권유를 받는다. 집무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대통령의 만찬 소식을 전해 들은 김부장은 수행 비서 민대령과 함께 궁정동으로 향한다. 만찬은 시작되고, 오늘따라 더 심한 경호실장의 안하무인격인 태도에 비위가 상한다. 그는 주과장과 민대령을 불러 대통령 살해계획을 알린다. 임상수는 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젊은 감독 중에서 리얼리스트의 태도를 가장 강하게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그때 그 사람들>은 임상수가 비판적 리얼리스트일 뿐 아니라, 독창적 톤과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예술가적 자질의 소유자임을 입증한 수작이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중대한 사건을 다루면서 임상수는 역사적 인과성이나 진보적 정치관이 아니라, 인물들이 처한 실존적 상황에 주목해 냉소적이면서도 운명론적인 희비극을 만들어낸다. 우아하고 장중한 촬영, 김부장 역을 맡은 백윤식의 신들린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허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