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의 아내 수진이 삼척에서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 그 자동차에는 경호라는 남자가 동승하고 있었다. 병원 복도에서 인수는 경호의 아내 서영을 만난다. 인수와 서영은 수진과 경호가 연인 관계임을 알게 된다. 인수와 서영에게 이 사실은, 참혹한 사고보다 더 받아들이기 힘들다. 분노와 배신감에 빠진 인수와 서영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마음을 열게 된다. [외출]은 불륜의 멜로드라마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불륜이 불러일으키기 마련인 애욕과 질투의 격렬함을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배우자로부터 오랫동안 버림받았음을 뒤늦게 알게 된 남녀의 내면적 위기와 그 위기가 초래한 친밀함에의 갈증을 그리고 있다. 그 친밀함의 대상을 서로에게 찾는 순간 그들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들의 친밀함은 가냘프고 불안정하다. [외출]은 쉽게 동일시할 수 있는 성적 매혹이 아니라, 그 성적 매혹의 밖에서 작동하는 모호한 감정의 미세한 결을 다루는 영화다. 허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