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칸영화제 감독상 미카엘 하네케의 최근작인 이 영화는 뛰어난 스릴러인 동시에 서방세계와 제 3세계의 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은유를 포함하고 있다. 성공한 중산층 가장인 조르쥬는 TV예술 프로그램의 진행자다. 어느날 자신의 가족에 관해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있는 듯한 협박성 비디오 테이프를 받게 되면서 그의 과거(더불어 프랑스의 과거)를 생생하게 떠올리게 하는 기억이 되살아난다. 하네케의 이 영화는 문명 세계의 죄의식과 억압 기제들, 그리고 하층민에 의해 이루어지는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중산층 계급의 공포를 미시적인 동시에 거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성적이고 지각 있는 대다수 사람을 대표하는 듯한 조르쥬의 부인은 처음에는 이성적으로 문제를 대하다가 이윽고 남편의 과거와 잠재된 폭력성향에 대해 알게 되면서 강박증에 사로잡힌다. 하네케는 정치적인 메시지가 이야기 안에 잘 스며들게 하면서도 그러한 주제가 영화의 내러티브를 압도하지 않게끔하는 훌륭한 연출력을 선보인다. 시종일관 스릴러적인 흥미를 놓치지 않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