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치트코비치의 장편데뷔작인 〈빵과 우유>는 알코올 치료센터에서 나온 알코올 중독자가 다시 예전과 똑같은 생활에 빠져드는 내용을 담은 보기 드물 정도로 가혹한 시련에 관한 영화다. 흑백 영상에 치명적인 내용을 담은 이 영화는 베니 스영화제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슬로베니아 시네마의 새로운 목소리를 전해주었다. 치트코비치는 다음 작품으로 인간의 기본적 욕구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는데 가족의 잘못된 선택으로 행복이 망쳐지는 <빵과 우유>에서처럼 <무덤 위의 도약> 에서도 역시 가족을 중심으로 사건이 펼쳐진다. 이 영화에는 따뜻함과 사랑을 찾아 헤매지만 서로 엇갈리게 되는 가족이 나온다. 카르스트 지형으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에 사는 페로는 남의 장례식 조문을 써주는 사람이다. 페로의 주변인물로는 여자 형제들과 아버지, 조카, 이웃들 그리고 페로가 사랑하는 레나타가 있다. 이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가장 큰 감정은 두려움. 이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은 인간미와 사랑, 영원과 안전함에 대한 강한 욕구를 느끼게 된다. 삶 자체가 커다란 부조리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페로는 고인에 대한 단순한 칭송 일변도인 조문이 아니라 자기만의 경험과 철학에서 나온 장례식 조문을 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