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005 베를린영화제 인터내셔널 포럼 부문 프레드 켈레멘의 최근작인 이 영화는 그가 전작들에서 일관하게 추구해 왔던 주제와 미학적인 측면에서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의 영화에는 대체로 어둡고 축축도시에 살며 갈 곳도 없는 절망적인 처지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대부분 연이은 절망 에서 구원에 대한 확신마저 잃어버린 불쌍한 사람들이다. 크리스마스 날, 폭력적인 남편을 피해 아들을 데리고 집을 도망쳐 나왔지만 다시 학대의 그늘 속으로 빠져드는 여자에 관한 이야기인 <프로스트>궁핍한 러시아 이민자들이 베를린에 거주하면서 겪는 불행그린 <운명> 등 그의 영화는 과거 함께 작업한 바 있는 벨라 타르의 영화 떠올리게 하는 측면은 있지만 켈레멘은 자신만의 독특한 실험적인 내러티브를 창조해내고 있다. <추락>은 기록보관에서 일하는 리가가 어느 늦은 밤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는 여인을 목격한 후 겪게 되는 사건을 다룬 영화다.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여인을 발견했던 자리로 돌아가고 그 후 여자의 인생에 대해 추적하기 시작한다. 기록보관소 직원 특유의 집요함으로 그는 여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그녀 주변 사람들에 대해 조금씩 알아나간다. 죄의식과 책임감, 사랑과 고독, 구원이라는 주제를 켈레멘은 특유의 어법으로 펼쳐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