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리칭의 스잔나>가 소개된 이래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홍콩 여배우로 떠올랐던 "쇼브라더스의 황녀" 리칭이 주연한 <리칭의 여선생>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의를 갖는 합작영화이다. 하나는 1950년대 한-홍 합작의 중심 장르였던 멜로드라마를 부활시킨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흥콩배우가 한국영화′ 의 틀 속에서 연기한 예외적인 경우이기 때문이다. <리칭의 여선생>은 1957년 최초의 한-홍 합작영화 <이국정원>의 전통을 잇고 있는 멜로드라마이다. 중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은영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한국에 있는 고등학교에 영어선생으로 부임한다. 은영의 아버지는 오래 전 어머니와 헤어져 한국으로 돌아가 한국여자와 부부로 살고 있으며 은옥이라는 딸을 두고 있다. 사랑을 중심에 두는 다른 멜로드라마와 달리 <여선생>은 선생과 제자로 만난 이복자매의 갈등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국정원>은 사랑에 빠진 한국남자와 중국여자가 결국 이복남매임이 밝혀지면서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여선생> 역시 두 나라 간의 문화적 차이가 아닌 혈연관계를 끌어들인다. 어쩌면 이것은 서로 다른 민족이면서도 비슷한 문화를 공유해온 한국과 중국 사이에 잠재된 판타지인지 모른다. (조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