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게 펼쳐진 황야, 그리고 그곳을 가득 메운 수백 대의 전차와 수백 필의 말과 수천 명의 엑스트라가 화면의 양옆을 채운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카메라가 나는 듯이 움직이고 장대하고 격렬한 전투의 서막이 열린다. 한국 최대의 신필름과 홍콩 최대의 쇼브라더스가 함께 만든 영화라는 이름에 걸맞는 거대한 스펙터클이 시작된 것이다. <달기>는 1963년부터 시작해 10여 년간 이어진 신필름과 쇼브라더 스와의 오랜 합작관계의 신호탄이었다. 이 영화는 한국과 홍콩의 영화 제작 환경의 장점의 완벽한 결합이었다. 화려한 의상과 세트, 그리고 발전된 영화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쇼브라더스와 넓게 트인 공간과 상대적으로 값싼 인력, 그리고 전쟁영화와 사극을 제작한 경험으로 야외 촬영에 있어서 효율적인 작업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신필름이 만났기 때문이다. <달기>는 중국 고대 왕조인 은나라의 주왕과 그의 손에 죽음을 당한 아버지의 원한을 갚기 위해 그의 왕비가 된 달기의 복수극이 중심을 이루는 궁중사극이다. 무게감 넘치는 남성미로 왕의 풍모를 선보였던 신영균이 주왕을, 냉혹하면서도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과시했던 린다이가 달기를 연기하면서 한-홍 합작에서 남자주인공은 한국배우가, 여자주인공은 홍콩배우가 맡는 전통이 세워지기도 하였다. (조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