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신필름이 쇼브라더스와 합작을 시작하면서 신필름 소속의 배우와 감독이 홍콩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대여 형식으로 이루어진 한국영화인들의 활동은 197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흑발>은 쇼브라더스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던 장일호 감독과 배우인 남석훈, 진봉진이 모두 참여한 작품이다. 아름답지만 병약한 아내와 살아가던 관중은 어느 날 우연히 거부인 황주사의 딸 화심을 괴한들로부터 구해준다. 황주사는 거금을 제시아어 화심과의 결혼을 제안하고, 관중은 마음이 흔들린다 얼굴이 샐어들어가고 머리카락이 빠져버리는 약을 아내에게 먹인 관중. 아내는 원귀가 되어 돌아올 것을 맹세하며 죽어간다. 액션 일색이던 합작영화는 1970년대에 이르러 몇 편의 공포영화를 선보인다. 필리핀이나 대만과의 합작 공포영화들이 부두교나 좀비와 같은 이국적인 소재를 택해 독특함을 내세웠다면 홍콩과의 합작 공포영화는 익숙함으로 승부하였다. <흑발> 역시 탐욕이 불러온 파멸이라는 고전적인 주제와 복수를 위해 구천을 떠도는 귀신의 긴 ′검은 머리카락′ 이라는 낮익은 한국 공포영화의 요소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에서 활동하며 다져진 남석훈의 칼솜씨와 장일호 감독이 차용한 무협영화의 틀은 색다른 공포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조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