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홀아비 주는 한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고 느낀다. 젊었을 적부터 그는 티벳 근처에 있는 운남에 가고 싶어 했다. 주는 거기서 살았으면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한다. ‘내가 만일 이렇게 살았더라면’이라는 상상은 이 나이 또래의 중국인들에게 박탈당했던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그곳에 가자 주의 삶은 한 매춘부를 만나면서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꼬인다. 자신의 윗세대의 삶을 영화로 만든 감독 주웬은 별다른 극적인 줄거리를 취하고 있지 않은데도 자기 삶에 일정하게 순응하면서 또 다른 삶의 비전을 품는 것에 좌절하는 중년의 초상을 유머를 섞어 묘사하고 있다.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에 휘말린 개인의 얘기라는 구조가 아닌 매우 미시적이고 일상적인 범위에서 한 세대의 삶을 요약하는 감독 주웬의 재능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소설가 출신의 감독 주웬은 독한 첨가제를 섞지 않더라도 심심해 보이는 인생에서 실한 이야깃거리를 찾아내는 드문 화술의 소유자다. 자신이 상상했던 삶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맞는 주인공 주의 모습을 통해 <구름의 남쪽>은 급변하는 중국 사회의 복판에서 선 현대 중국인의 곤란함을 푸근하게 응시하고 있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