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6세대 영화감독들이 국가기구의 통제와 미학적 가식에 대한 반감에서 출발했다고 했을 때 로우에는 얼핏 동세대의 문제의식과는 다른 길을 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포스트-천안문 시대의 다양한 청년 정서와 자본주이 문화에 대한 예민해진 감수성으로 외연을 넓힌다면 6세대를 이야기할 때 로우예를 뺴놓을 수는 없다. <주말연인>은 그런 점에서 <소무>의 현실에 대한 거친 질감이나 <무산의 비구름>의 차분한 심리주의와는 다른 방법론을 택하면서도 이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주말연인>은 제목처럼 청춘영화를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한다. 심지어 오시마 나기사의 <청춘 잔혹 이야기>와 같은 질풍노도의 에너지나 홍콩 느와르와 같은 허무적 나르시시즘의 체취도 발산한다. 감옥에 들어갔다 출소한 수 애인을 찾는 남자. 그 동안 새로운 애인이 된 남자, 그 사이에서 혼란스럽게 부유하는 여자는 파멸의 정점으로 강렬하게 수렴해간다. 이 삼각관계의 배경은 황량한 중국 도시의 뒷골목과 이를 뒤덮는 찌푸린 하늘뿐, 여기에는 청춘들의 일상을 구속하는 과거의 원인도 변화에 대한 희망도 없다. 음울한 무기력과 우발적인 즉흥성과 본능적인 열정만이 충전된 <주말연인>의 화면은 예기치 않은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 낸다. 한 장의 악보가 애니메이션이 되어 거리를 활공하는 장면이나 눅눅하게 곰팡이 서린 벽을 기어다니는 종이벌레의 사용은 <수주>의 마술적 사실주의를 예감케 한다. (김기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