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하면서도 지적인 공포영화인 <소름>은 ‘소름 끼치는’ 인연의 사슬에 묶인 사람들간의 복수, 원죄와 죄의식의 전이, 운명적 살인을 보여 준다. 30년 전 한 남자가 아내를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르는데 그 때 살아남은 아들이 용현이다. 그 남자와 그의 정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 선영은 성장하여 자신의 남편을 살해하고 아이를 죽게 만든다. 이복 남매간인 두 주인공은 범죄의 공모자에서 연인이 되지만, 근친상간에 이어 근친살해의 운명에 처해진다. 낯설고 비밀스러운 드라마가 펼쳐지는 낡고 음침한 미금아파트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실사 조명과 폐쇄공포증적인 구도를 통해서 서구의 ‘고딕소설’처럼 공간 자체가 갖는 괴물성을 극대화시켜 낸다. 더구나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를 반향하기도 하고 중첩되기도 하는 비극적 운명의 사슬은 어떠한 특수효과 없이도, 일상 속에 불쑥 끼어드는 ‘낯선 두려움’과 보는 이의 감각을 압도하는 ‘근원적인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창출해 낸다. (주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