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훈 감독은 러시아 유학 시절 대륙 곳곳을 여행하면서 영화의 아이디어들을 얻었다. “여행 중에 어느 탄광촌에 들렀다. 내가 묵던 민박집의 아들은 마을 사람들 모두가 일하고 있는 탄광에는 죽어도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 대신 모스크바에 가서 기타리스트로 성공하겠다고 소리만 쳤다. 그의 유일한 낙은 결혼한 친구들이 탄광에서 퇴근할 무렵 그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술 마시는 것뿐이었다.” 이런 모습은 사실 중앙아시아의 전통적 공동체뿐만 아니라 얼마 전까지 한국의 시골에서도 친숙한 모습이었다. <괜찮아, 울지마>의 이야기는 그러한 정서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영화는 도시에서 도박에 빠진 젊은이 무하마트가 빚쟁이를 피해 고향에 잠시 돌아온 뒤, 그 곳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도시와 시골, 그리고 겹겹이 쌓인 세대 사이의 갈등이 잔잔하게 드러난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거기서 감동이 느껴지는 것은 보편성이 지닌 힘 때문일 수도 있다. 데뷔작 <벌이 날다>에 이어 내전중인 중앙아시아에서 촬영된 독특한 영화이다. (한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