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의 작은 포구 월곶을 배경으로 하는 중년 남녀의 하룻밤 이야기를 흑백 디지털 영상 안에 담은 영화다. 5년 전 <모텔 선인장>으로 데뷔한 박기용 감독은 이번에는 아우트라인만을 가진 상태로 두번째 영화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0명의 스탭, 두 명의 배우, 그리고 가벼운 디지털 카메라(소니 PD-100) 1대를 가지고 12일 동안 촬영이 진행된, 작은 영화의 프로젝트였다. 당연히 촬영 현장의 상황과 여건에 맞춘 순발력 있는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자발적인 연기가 관건이 되는 과정이었다. 그 결과 완성된 <낙타(들)>은, 이를테면 재즈 영화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자발성과 즉흥성이 중시되는 그 음악 장르처럼, 그리고 캄보 멤버들의 호흡 일치에 의해서 생생한 음악이 창조되는 것처럼, 연출자와 배우의 완전한 조화를 통해 일회적 순간들이 영상으로 포착되었다. 때때로 자동 초점에 의해 디지털 카메라에도 섬세한 생명이 부여되는 느낌까지 준다. 데뷔작에서처럼 모텔방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을 주무대로 중년 남녀의 하룻밤 상황을 통해,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를 겪어 가는 사람들의 불안한 모습을 그려 낸다. (한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