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고 무의미한 잡무들에 파묻혀 사는 서울의 한 동사무소 직원 우인의 일상에 두 여자가 찾아든다. 인터넷의 포르노 사이트에서 발견한 이상형의 소녀 아사코와, 동사무소에 개설된 제빵 강좌의 보조 강사인 미아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가족에 대한 애정도 없는 동경의 재수생 아야에게는 예쁜 구두를 수집하고 자살을 연습하는 것만이 유일한 위안이다. 인터넷 포르노 모델 일을 통해서 아사코로 변신한 아야와, 그녀를 사랑하게 된 우인은 알래스카에서 우연히 조우하게 되는데… 포스트 모던한 시공간을 떠도는 이들의 모던한 꿈과 감수성에 대한 한없이 미시적인 통찰이라고 할 수 있는 <순애보>는 인터넷이나 포르노와 같은 문화적 코드들, 일탈에의 환상과 나지막한 일상의 충돌, 한국과 일본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에 속한 두 젊은이의 초상의 교차와 같은 요소들을 통해서 낭만적 사랑의 신화를 비트는 동시에 쓸쓸한 위트와 내성적인 아이러니로 가득 찬 독특한 멜로 드라마로 나아간다. (주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