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가 만난다. 남자는 인터부 잡지의 기자이고, 여자는 누드 모델이다. 어느 날 그는 누군가에게 여자를 데려가라는 전화를 받는다. 비에 젖은 여자를 집으로 데려오고, 이제부터 여자는 남자의 생활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여자는 밤이 되면 전화 연락을 받고 옛 연인을 찾아 도망친다. 상처를 입고 돌아온 여자를 남자는 자신의 체온으로 위로해 준다. 하지만 사랑은 어쩔 수 없이 집착으로 변해 간다. 여균동 감독 자신이 지난 해 펴낸 소설 [몸]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롤랑 바르트를 생각나게하는 매혹적인 표현들은 책뿐 아니라 영화에도 연장된다. 예를 들면 ＂나는 그녀가 아프다.＂하는 식이다. 이 표현들은 모두 남자의 독백 안에 흡수된다. 그래서 영화는 거의 남자의 1인칭 시점과 나레이션으로 전개된다. 하나의주체와 하나의 객체, 혹은 존재와 부재. 솔로 피아노 음악에 맞추어 반복 제시되는 것은 이렇게 최소주의적 요소들이다. 하나의 공간에서 두 인물이 영화의 대부분을 끌어가는 점 역시 눈길을 끈다. 그 결과 영화는 전체적으로 고풍스러운 책상에서 검은색 잉크로 쓰는 영상 수필의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