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초, <세라복과 기관총>의 기록적인 대히트로 일본열도를 들끓게 했던 소마이 신지. 올해로 감독 데뷔 20주년을 맞는 그가 13번째 영화의 소재로 택한 것은 로드무비 형식으로 펼쳐지는 러브스토리 이다. 5년 만에 고향인 북해도에 홀로 남겨 둔 딸을 만나러 가는 창녀 유리코와 술김에 함께 드라이브라도 하자며 같이 여행길에 오르는 근신중인 정부관료 켄지. 겪어 온 생활과 성격, 여행의 목적마저도 전혀 다른 이들의 연일 옥신각신하는 여행이 시작된다. 하지만, 집에 도착한 유리코는 양부모의 반대로 딸을 만나지 못하고, 켄지에겐 상사로부터의 일방적인 해고 통고가 날아 드는데... CF의 여왕으로 불리는 코이즈미 쿄오코와 떠오르는 일본영화의 기대주로 주목받는 아사노 타다노부의 연기대결도 볼 만하지만, 한순간에 사라지기 위해 내리는 덧없이 허무한 눈꽃(바람꽃 :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뀔 무렵의 맑게 개인 날 아직 눈이 녹지 않고 남아 있는 산맥에 바람에 날려온 세설)처럼 자신들의 존재가치에 회의감을 느끼고 번민하는, 갈 곳을 잃은 두 사람의 사랑이 보는 이의 가슴 속에 녹아 내린다. (양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