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사랑’과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휴먼드라마 <레슬러>로 21세기의 첫장을 연다. 인간사회에서 흔히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 작품에는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철도 건널목의 역무원으로 일하는 두 남자 발라람과 니마이는 시간 날 때마다 레슬링을 하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같은 마을에 사는 목사는 노약자를 도우며 헌신적인 삶을 살고 있고, 이웃 마을에는 난쟁이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세계는 질투와 시기, 그리고 증오와 폭력이 난무하는 반면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난쟁이들은 세상을 평화로운 곳으로 가꾸려는 이상을 가지고 있다. 부다뎁 다스굽타가 이야기하는 이 통렬한 사회비판은 우화의 양식을 빌어 전개된다. 다스굽타가 보는 인간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옆에서 사람이 죽어 가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무관심’이다. 이 때문에 인간사회는 매우 비관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스굽타는 곳곳에 희망을 남겨 둔다. 죽음의 위기에 처한 소년을 구해 주는, 마을을 가로지르는 가면춤꾼들이나 비록 죽임을 당하기는 하지만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던지는 목사, 그리고 순수한 영혼의 우타라가 바로 그러한 희망이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