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분>은 불안정한 시대를 통과하는 두 남성과 한 여성의 엇갈리는 관계와 그로인한 슬픈 삶을 긴 호흡으로 풀어낸 영화다. 1930년대 중국. 극장주의 딸인 잉거와 미국에서 온 그녀의 약혼자 사동, 그리고 경극의 스타 린청은 이제 막 만났다. 경제를 배우러 갔다가 첼리스트가 되어 돌아온 사동은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았던, 그러나 처음 만나는 잉거가 낯설지 않지만 린청의 노래를 듣고는 순식간에 매혹당한다. 사랑과 우정이 엇갈린 상태로 엮인 것이다. 무대 위의 ′야분′은 현실에서 사동과 린청의 야반도주 스캔들이 되고 그 후 그들의 삶은 가혹하게 얽힌다. 사실 세 사람의 관계에서 사랑을 접고 한 걸음 물러서야 하는 잉거만이 이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유일한 사람이다. 영화는 어느 한 인물에게 기울지 않고 균형을 잡으면서 안정감있게 전개된다. 비록 부분부분의 설정이 어디서 본 듯하다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서사를 이끌어 가는 힘있는 연출력은 그것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그 미묘한 감정의 곡선을 고요하고 섬세하게 포착하는 연출력에 힘입어 장대한 서사는 물흐르듯 유연하게 펼쳐진다. (강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