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뒤에 어떤 일들이 찾아왔을까? 베트남의 전후 모습을 감독은 결코 어떤 사건을 통해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단지 , 혁명세력에 의해 공동 주거지로 바뀐 한 호텔의 운명을 통해 , 그리고 그 호텔의 하인이었던 탐이 동등한 자격에서 관리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작은 질문을 던진다. 혁명 직후 , 호텔은 공동 주거지로 바뀌고 , 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집단적인 건물이 되었다. 탐은 관리인이 되었지만 , 여전히 친절하고 호텔에서 함께 사는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을 대단한 낙으로 여긴다. 어느 날 , 정부는 도시구획에 따라 건물을 허물 것을 지시하고 탐은 그제서야 아무도 진정하게 그 건물에 애착을 갖지 않았음을 알게 되고 , 저마다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슬픔을 어쩌지 못한 탐은 조용히 편지 한 통을 남기고 그 건물에서 사라져버린다. 감독은 감정적이거나 극적인 방식으로 이 과정을 따라가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늘 인물들과 거리를 확보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관찰자가 되게 한다. 그래서 인물들과 건물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전쟁 직후에서 , 80년대에 이르는 베트남 사회의 변화를 적절하게 암시하도록 내버려둔다. 우리는 영화의 흐름에 따라서 이 변화의 성격, 아주 천천히 다가오지만 , 모든 근본을 바꾸어놓는 성격을 보게 된다, 베트남은 그 때 그렇게 천천히 바뀌어갔던 것이다. (김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