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야기를 이름답게 한자리에 모은 잡화점은 현재와 과거가 직접 대화를 나누는 기적의 장소가 된다. 이는 나미야 씨 말처럼 네트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영화에서 만들어지는 네트가 소위 역사의 주인공을 필요로 하지 않기에 또‘ 잡화점의 기적’이라 할 만하다. 스타가 되는 대신 스타가 될 어린이를 만든 삶, 자기 어머니처럼 무책임한 삶을 살려는 과거의 어른에게 미래의 어린이가 전하는 충고, 그런 일을 가능케 하는 한 통의 편지. 잡다한 인간의 행동 하나가 또 다른 행동을 부르고 불러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내니, 이 시간의 지도는 영웅 없이 크며, 여기에서는 모두가 기적이며 모두 발자취와 책임을 지고 있다. 그것이 마주치는 보육원과 잡화점은 애초에 사랑을 감행한 이들로부터 비롯된 곳이다. 여기까지 가면 이 시간의 지도는 신분을 초월하여 시작되고 혈연 너머의 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 장치로써 시간의 경계 넘기가 어느덧 우리가 넘어야 할 경계인 계급이나 가족주의 문제로 완곡히 다다른다. (채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