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살던 집에는 아버지(강신일)만 남았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떠나 벌써 오래전에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나 재가하였다. 언니도 아버지를 잘 보려 하지 않는다. 그녀는 다른 곳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뿔뿔이 흩어진 은서(이유영)네 가족 이야기다. 그즈음 이사할 새집을 구하러 다니던 은서는 여의치 않아 아버지만 남아 있는 옛날 집에 잠시 들어가 같이 생활하게 된다. 두 사람은 매사에 어색하다. 아버지는 너무 과묵하고 친절을 베풀 때조차도 과묵하다. 은서는 때때로 그런 아버지가 답답하기만 하다. <집 이야기>는 이 가족의 이야기이자, 이 아버지와 딸에 관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완고할 정도로 담담하게 전개된다. 아버지의 신상에 극적인 변화가 찾아오는 그 순간에조차도, 영화는 일상적 담담함을 숙명처럼 그리는 데 전력을 다한다. (정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