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한은 부모의 이혼과 도시로 떠난 엄마와 떨어져 깊은 산골짜기 마을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하굣길에 한 남자가 야생참새를 그물로 잡는 것을 발견하는데 그중 한 마리가 땅바닥에 떨어져 힘겹게 숨을 쉬고 있다. 한은 참새를 급히 집으로 데려오지만, 곧 죽고 만다. 할머니에게 참새를 잡는 남자에 관해 얘기하자 할머니는 한에게 숲에 사는 새들은 숲에 사는 악귀들로부터 숲을 지켜주는 땅의 정령이기 때문에 절대로 해쳐서는 안 된다고 일러준다. 같은 날, 도시로 떠난 엄마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한은 오랜만에 만나는 엄마가 낯설기만 하다. 한이 다니는 학교가 내년에는 폐교하게 되어 더 이상 시골에 남아 있을 수 없는 한. 외할머니를 혼자 두고 떠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엄마가 사는 도시로 떠난다. 도시에서 엄마의 삶을 이해하기 힘든 한. 그리고 더 나은 환경에서 아들을 키우고 싶은 엄마도 계획은 뜻대로 되지 않다. 현실에 점점 분노하는 엄마와 한은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숲의 정령과 같이 낯선 도시에도 위태로운 모자를 지켜줄 정령 같은 존재가 나타날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채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