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급진적인 작품세계로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저명한 유고 감독 두샨 마카베예프의 특별전을 마련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마카베예프의 잘 알려진 영화 <WR 유기체의 신비>(1971), <스위트 무비>(1974)와 최근작 <정오에 목욕하는 고릴라>(1993) 이렇게 세 편의 영화를 준비했다. 이 특별전은 두샨 마카베예프의 영화세계를 이해하고, 그의 걸작들 중 일부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1932년 유고슬라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태어난 마카베예프는 군주제의 몰락, 나치의 유린 행위, 레지스탕스와 시민 전쟁, 해방과 러시아의 통치, 티토 정권과 소련과의 결별 그리고 현재 자국의 분할까지 유고슬라비아의 현대사를 모두 지켜본 인물이다. 그러한 이유로, 마카베예프의 방랑 이력의 핵심에는 언제나 ‘해방’이 있었다. 성적 표현의 자유, 정치적 억압으로부터의 자유와 모든 형식의 문화적 탄압에 있어서의 자유가 바로 그것이다. 마카베예프는 이데올로기에 대해 질문하며, 이데올로기의 신화적인 면의 정체를 폭로하면서 모든 종류의 제재에 도전하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헤게모니에 대해 풍자한다. 두샨 마카베예프는 1953년부터 58년까지 베오그라드의 영화 클럽에서 네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1958년부터 6년 동안 16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많은 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이후 6년간 4편의 장편영화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시기에 만든 <남자는 새가 아니다> (1965)와 같은 작품은 노동자 계급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으며 <연애사건 또는 실종된 전화교환수 사건>(1967)은 전화교환수와 쥐 박멸가 사이의 연애담에 초점을 맞춘다. <보호받지 못한 무죄>(1968)는 동일한 사람이 25년 후에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 주는 준 다큐멘터리 형식을 겸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의 상영작이기도 한 <WR 유기체의 신비>는 성 임상학자인 빌헬름 라이히 이론에 기초한 것으로 그의 연출작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반면 정작 유고슬라비아에서는 ‘전복적’이라는 이유로 1986년까지 공식적인 상영이 금지되었다. 그 후 그는 프랑스, 캐나다, 스웨덴, 호주, 네덜란드, 독일 등지에서 <스위트 무비>, <몬테네그로>, <코카콜라 키드>, <성명서>, <정오에 목욕하는 고릴라>와 <구멍난 영혼>과 같은 6편의 영화를 더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