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남편과의 관계가 점점 버겁기만 한 루이사에게 남편의 가족과 함께 보내는 여름 휴가가 마냥 반갑지 않다. 얼마 전부터 딸 아나가 벌거벗고 생리혈을 흘리며 집안을 돌아다니는 몽유병 증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루이사가 안간힘을 쓰며 화를 참으려는 모습은 명절날 좌불안석인 우리의 며느리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부부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자 루이사는 점점 아나에게 집착하기 시작하는데, 딸은 자신의 삶을 지탱할 유일한 이유라고 믿기 때문이다. 중견 여성 감독 파울라 에르난데즈는 이 숨 막히는 심리극을 통해 주어진 현실과 좌절된 욕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어머니와 딸을 정확하고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결국 한계치에 다다른 두 여성은 폭발하고, 시골 풍경 속 거짓 평화는 깨지며 그들의 인생은 송두리째 뒤집힌다. (박가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