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부유층 임산부, 사회 복지사, 이혼남, 과부 등의 고독한 행보가 펼쳐진다. 인물들간의 유일한 공통분모인 젊은 매춘부는 이들의 관계에 대한 희망과 욕망의 희생양이 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서부터 익일 아침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드림랜드>는 부유한 도시 취리히의 어두운 이면을 긴박감 있게 그린다. 외견상 평온하고 질서정연해 보이는 도시는 서구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을 앞두고 속에 서부터 곪아터지기 일보직전의 암울한 곳으로 제시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치는 이방인 매춘부다. 그녀는 각각 평행선을 달리는, 고독에 힘겨워하는 싱글들과 문제를 안은 커플들 모두와 접점을 이루는 유일한 존재다. 영화 후반 중산층의 허위와 가식에 의해 갈 곳 없이 내몰리는 그녀는 마치 크리스마스의 제물인양 모두의 평화를 되찾아주는 대속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효과는 다음 크리스마스 때까지만 유효할 지 모른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