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밍량 감독과 배우 리캉생은 20년 가까이 함께 작업해왔다. 말하자면 가장 가까운 사이인 셈인데, 과연 그들은 서로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을까? <오후>는 두 사람의 긴 대화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여기서 그들은 서로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미처 내보이지 못했던 속내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동안 함께 해왔던 작업에 대한 긴 대화를 나눈다. <오후>는 그들 각자의 공개된 일기이자, 명상록과도 같다. 이를테면 다음 생에서도 함께 일하겠느냐는 차이밍량 감독의 질문에, 리캉생은 “물론이다. 다만, 그때는 내가 감독, 당신이 배우였으면 좋겠다” 라고 대답한다. 그들이 나눈 대화의 내용에는, 그들의 작품을 많이 접해 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예술가들이 경험하는 삶이 때로는 얼마나 힘들고, 또 때로는 어떻게 소외되는가를 토로하는 대목에서는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낼 것이다. 자, 이제 차이밍량과 리캉생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가? <오후>가 남기는 마지막 질문은 그것이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