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아직 많지만, 웬만한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만큼은 최고조에 달한 시대다. 필리핀 마닐라 외곽에서 홀로 노숙을 하며 살아가는 블랑카 역시 돈을 벌어 ‘엄마’를 하나 사고 싶다. 소매치기로 생계를 꾸려가던 블랑카는, 거리의 맹인 악사 피터를 만나고, 자신이 노래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블랑카는 음악클럽에서 도둑으로 몰리고, 결국 돈을 벌기 위해 피터를 떠난다. 다시 라울과 세바스찬과 어울리게 된 블랑카는, 라울의 계략으로 사창가에 팔려갈 위기에 처한다. 어린아이들의 눈을 통해 비친 마닐라의 풍광은 때로 잔혹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아이들은 잘못된 방식으로 돈을 벌지만, 결코 우울해 하거나 낙담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와 언어를 만들어서 꿋꿋이 살아나간다. 자유분방한 거리의 소녀, 블랑카를 연기한 사이델 가부테로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다. ‘더 보이스 키즈 필리핀’에 나가서 유명세를 타기 전부터, 이미 유명한 유튜브 스타였던 가부테로의 놀라운 보컬 실력 또한 감상 포인트다. (박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