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소리 없는 여행>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을 받았던 모르테자 파르샤바프의 두 번째 장편이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욘판 감독으로부터 “시적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심사평을 받았던 모르테자 파르샤바프는, 이번 두 번째 작품에서도 자신만의 영화언어 -특히 사운드의 활용-를 사용하여 더욱 완성도 높은 영화세계, 혹은 실제 세계에 접근해가고 있다. 영화는 수십 년 경력의 간호사 호마가 병원장의 부탁을 받아 위중한 상태에 놓인 병원장의 어머니를 열흘 동안 전담 간호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이 열흘 동안 기후 이상으로 끊임없이 눈이 내리고, 호마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면증에 시달린다. 영화는 표면적이고 특정한 사건으로부터의 여파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변수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호마가 점점 비이성적인 굴레에 자신을 가둬가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30년 연기 경력의 여배우 파테마 모타메드 아리아는 그녀의 실제 남편이기도 한 남편 역의 아마드 하메드와 함께 이 영화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형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박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