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공에서 사진을 공부하는 부는 바텐더로 일하는 룸메이트 탕과 클럽 댄서 반과 어울리며 새로운 세계를 발견해가는 중이다. 매콩 강 변의 빈민촌 출신인 부는 아버지의 헌신적인 지원 덕분에 도시에 왔지만, 실은 목적 없는 한량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중 도피처가 필요한 탕 일행과 함께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온 부는, 자신의 새로운 욕망을 발견하게 된다. 데뷔작 <비, 두려워하지 마!>로 국제적 주목을 받은 베트남의 신예감독 판당디는, 두 번째 영화 <큰 아버지 작은 아버지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들>에서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탐구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새로운 세대의 욕망에 대해 현미경적 시선을 던진다. 이제 막 밀레니엄 시대로 돌입한 베트남 사회의 급변하는 풍경 속에서, 기이한 피사체로 서성대는 불온한 청춘들. 판당디는 그들의 교란된 섹슈얼리티와 모호한 자아정체성, 그리고 전통적인 가부장적 질서와, 이에 반하고자 하는 욕망을 고요하고도 격렬한 공기를 품은 아름다운 이미지로 재현한다. 전 세계 아트하우스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자 하는 예술적 야심이 쇼트마다 선명하다. (강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