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듯 하지만 낯선, 죽음을 맞이하는 공간이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호스피스 병동이다. 병동의 환자들은 게임을 하며 여가를 즐기고 가족과 산책을 하는 등 일상을 유지하며 그날을 기다린다. 허나 죽음은 같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제각기 다르고,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하루 빨리 그날이 오길 기다리는 이와 담담하게 준비를 하며 곁을 지키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그날이 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와 준비가 덜 된 가족도 있다. 영화는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와 가족,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개개인의 나날들을 묵묵히 기록해나간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의학드라마와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일상적인 대화와 소소한 일들이 영화 전반에 펼쳐진다. 하지만 그날은 찾아오고야 만다. 올 줄 알고 기다린다 해도 죽음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다. (공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