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시네마
재회고등학교 시절 연인이었던 마누엘라와 올모는 약속한 대로 15년 후 재회한다. 그들은 스스로에 대한 기억과 함께 자신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말해주는 단어들과 감정들을 찾아 나선다. 그 여정은 시간 혹은 단지 시간에 대한 이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영화가 시작되면 눈물을 흘리는 여자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이어서 여자는 어떤 남자를 만나 작은 식당에 들어간다. 카메라는 한동안 긴 호흡의 샷들로 대화...
와이드 앵글
저주받은 미녀타고난 미모가 최고의 재능인 동시에 저주였던 여배우 리다 바로바. 젊은 시절 그녀는 체코슬로바키아 영화계를 주름잡는 샛별로 떠올랐고, 그녀의 미모는 그 시절 가장 악명 높았던 남자,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괴벨스와의 염문은 그녀를 조국의 적, 부역 행위의 표상으로 추락시켰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헬레나 트레스티코바는 해외망명 중이던 리다 바로바를 만나 ...
와이드 앵글
젠틀맨 리시앵피에르 리시앵은 195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십 대 시절을 보냈으며, 이때부터 이미 대단한 영화 팬이었다. 이후 전설적인 마크마옹 영화관 프로그래머로 영화인생을 시작하였고 장 뤽 고다르의 조감독, 언론인, 프로듀서 등 한 가지로 정의하기 힘들 정도의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또한 전 세계를 여행하며 루피노, 호금전, 리노 브로카, 제인 캠피온 등 최고의 영화인들을 끊임없이 발굴해왔다. <젠틀맨 리시앵>에서는 ...
월드 시네마
조류학자의 은밀한 모험페르난도는 희귀 조류를 찾아 트레킹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리고 만다. 다행히 중국인 순례자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뒤, 어둡고 음산한 숲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에 오른다. 이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영감을 얻고 아마도 깨우침까지 얻은 것으로 보이는데... 포르투갈의 장엄한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창의적으로 변용된 신화의 틀 속에 신앙, 각성, 사랑, 동성애 등 인간사의 다양한 고민...
아시아 영화의 창
주유소순애보는 일반적으로 순수하고 순결한 사랑 또는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야기를 상세하게 적은 글을 말한다고 한다. <주유소>는 그야말로 순애보겠다. 그런데 그 사랑의 정체를 말할 것 같으면 인적 없는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는 주유소를 꼭 닮았다. 영화에서 궁극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을 지키는 스스로에 대한 사랑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무트나 폰의 순애보에서 문과의 연결을 담은 에피소드나 행위들은 문이...
한국영화의 오늘
죽여주는 여자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로 살아가는 65세의 ‘박카스 할머니’ 소영. 노인들 사이에서는 ‘죽여주게 잘하는’ 여자로 입소문을 얻으며 박카스 할머니 중에서 인기가 있는 편이다. 트랜스젠더인 집주인, 장애를 가진 가난한 청년 등과 함께 살던 어느 날, 어머니가 경찰에 잡혀 가 졸지에 고아가 된 소년을 집에 데려와 돌봐준다. 젊은 시절 양공주로 일했고 지금도 몸을 팔아 근근이 살아가지만 불쌍한 처지에 놓...
와이드 앵글
죽음에 이르는 길석탄수송 차량을 모는 리앙과 만삭의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석탄회사 사장, 그리고 고속도로를 지나는 손님들에게 여자를 파는 한 남자. 복잡하게 엮인 3명의 남자에게 다가오는 피할 수 없는 파국의 순간.
월드 시네마
줄리에타줄리에타는 어린 딸 아니타와 마드리드에 살고 있다. 이 두 사람은 남편이자 아빠인 수안이 죽고 난 후 참을 수 없는 적막함에 고통받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점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아니타는 열여덟 살이 되는 날 아무런 설명 없이 어머니를 떠나 버린다. 극심한 충격에 빠진 줄리에타는 딸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은 자신이 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정말 가까운 사이...
한국영화의 오늘
지옥도한 여대생이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한참을 걷는다. 시종 그녀의 뒤를 따라가는 카메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커트 없이 그녀의 행보를 관찰한다. 막상 도착한 아파트엔 아무도 없고 그녀는 아파트에 있어야 할 학생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학생의 어머니는 가족이 모두 여행을 떠났다고, 여행 간다고 미리 말하지 않았냐고 말한다. 더운 여름, 땀을 흘리며 아파트까지 걸었던 여대생은 황당하다. 다음 아르...
아시아 영화의 창
찢어진 날개<찢어진 날개>는 착한 영화다. 필리핀 빈민가의 아이들은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삶의 조건 앞에서 너무 일찍 어른스러워졌으며 그 세상은 고되고 냉정하지만, 그들의 정신에는 밝고 순수하며 선한 꿈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온전히 지켜지기에 자본주의 거리의 진실은 매우 잔혹하다. 영화는 순진하고 무력한 종교적 믿음을 넘어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현실을 드러내며, 여기서 ‘아이’는 여리고 작다는 의미에서 보호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