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오늘
극한직업번번이 검거에 실패해 해체 위기에 놓인 마약 수사반이 역전 한 방을 노리고 잠복근무에 들어간다. 5명의 마약반 형사들은 잠복근무를 위해 치킨집까지 인수하는데 의도치 않게 맛집으로 소문이 나며 호황을 누린다. 경찰공무원이 자영업자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하이 콘셉트 삼아 풀어나가는, 명쾌하고 발랄한 코미디. 기본적으론 매 장면 웃음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접근 방식이 마냥 가볍거나 자극적이진 않다. 현실적인...
갈라 프레젠테이션
글로리아 먼디 “나는 등장인물들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들을 생산하는 이 사회를 판단한다.” 로베르 게디기앙 감독
복역 중인 다니엘이 전처 실비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으며 영화는 시작된다. ‘글로리아’라는 이름의 손녀가 태어났다는 소식이다. 다니엘은 출소 후 마르세이유로 귀환한다.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전처인 실비도, 서먹하기만 한 딸 마틸드도 각자의 가정을 꾸렸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생활을 한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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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다. 장르 관습을 자신만의 언어로 소화해온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에서 보이지 않는 계급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킨다. 반지하에 사는 기우(최우식)네 가족은 전원이 백수 상태다. 기우는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IT기업의 CEO 박 사장(이선균)의 집의 고액 과외 자리를 얻고 이를 시작으로 온 가족이 부잣집에 침투해 기생을 시작한다. ...
아시아 영화의 창
긴 산책시간과 공간을 특정할 수 없는 라오스의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한 소년의 가족은 농사지은 작물을 물물교환해서 가난한 생계를 유지한다. 어머니가 결핵에 걸려 건강이 악화되자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간다. 소년은 집 앞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한 소녀가 죽는 것을 목격한 이후, 소녀의 영혼과 친구가 된다. 시간은 흘러 도시는 개발되지만, 시골은 예전의 모습 거의 그대로다. 교외에서의 소박한 경험을 즐기기 ...
와이드 앵글
길 위의 돌멩이베이징 거리에서 노숙 생활을 하는 청년은 교회에 가서 기도하는 게 일이다. 그는 신에게 죽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희귀 유전병으로 10년을 고통받은 그는 삶을 이만 멈추고 싶다. <길 위의 돌멩이>는 이 청년의 참혹한 생을 가까이서 지켜본다. 그가 쓰레기통을 뒤져 끼니를 구할 때도, 행인을 향해 욕설을 퍼부을 때도 카메라는 어떠한 판단이나 비판도 들어가지 않은 무색무취한 시선...
와이드 앵글
깃발, 창공, 파티‘21세기 세계 최우량 반도체 전문 회사’로 알려진 KEC는 복수노조제도를 도입해 전국적으로 유례없는 친기업 노조를 갖게 되었다. 8년 연속 평화적 임금협상 타결이라는 이례적인 성과도 거기서 비롯되었다. 장윤미 감독은 KEC의 ‘세 개의 노조 중 한 노조의 입장을 따라가는 영화’라는 짤막하고 단호한 자막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카메라는 이제 내레이션 없이 2시간 48분간 KEC 구미 지회 노조원들의 공간으로 들...
와이드 앵글
꿈의 안데스독재정권을 피해 46년 간 해외에서 체류해온 칠레의 살아있는 거장 파트리시오 구즈만이 고국으로 돌아와 만든 다큐멘터리. <꿈의 안데스>는 지하철 역사에 붙은 거대한 안데스 산맥 그림으로 시작하여 칠레 역사의 현장인 산티아고의 거리에서 끝난다. 구즈만에게 고향은 먼 곳에서 꾸는 꿈같은 것이라면, 안데스 산맥은 그 꿈이 물질화된 형태로 구현된 곳이다. 그는 가수, 화가, 조각가, 소설가를 만나서 칠레인들의 상상력...
월드 시네마
나는 집에 있었지만…필립은 어머니와 어린 여동생과 함께 중간 계급의 가정에서 살고 있다.영화는 필립이 아무 흔적도 없이 특정되지 않은 기간 동안 사라졌다가 다시 집에 돌아왔을 때부터 시작된다. 어머니와 선생님들은 필립이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아니면 자연에 맡겨진 상태에 있었는지를 추측할 뿐이다. 돌아온 필립은 단지 몇 장면에서 조용한 모습으로 보여진다. 대신 우리는 어머니 아스트리드를 따라가게 된다. 그녀는 인공 발성기관을 통해...
월드 시네마
나의 어머니, 우리의 어머니들 올해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신인감독상) 수상자는 영화 변방국 과테말라에서 나왔다. 영화 편집 경력이 풍부하고 다큐멘터리 연출 경험도 있는 감독 세자르 디아스는 이번에 첫 연출한 극영화에서도 다큐멘터리 기법을 효과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에르네스토는 젊은 인류학자로, 과테말라 내전 기간 동안 학살된 수천 구의 시신을 분석하여 식별해 내는 작업을 한다. 한편 그의 어머니는 뉴스에서 내전에서 학살에 가담한...
아시아 영화의 창
나의 인증번호고요한 시골 마을 자무아에 신나는 노래가 울려 퍼지면서, 정부에서 발행하는 새 신분증을 선전하기 위해 일행이 도착한다. 신분증이 자신들의 정보를 모두 노출시켜 정부의 감시를 받게 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신분증 소지자는 각종 의료, 복지,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관료들의 설명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때, 파르수아가 모두가 꺼려하는 신분증을 가장 먼저 발급받고 일약 스타가 된다. 어느 날,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