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시네마
그,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학생들이 로제 바댕의 <위험한 관계>(1959)를 보는 중이다. 주연인 잔느 모로 대신 누구를 보여주는지, 그리고 어떤 대사를 전하는지가 영화의 주제다. 사랑에서 추구하는 건 쾌락뿐이라는 발몽의 말에 대한 대답. 레베카 즐로토브스키는 욕망에 충실한 여성을 주로 다룬다. 문제는 상대편이 어긋난 길을 선택할 때 벌어진다. 욕망의 배신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가. 라셸(비르지니 에피라)은 우연히 만난 알리와 사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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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짜릿한 꿈이 있어16살 에바(다니엘라 마린 바라로)는 부모의 결별로 마음이 혼란스럽다. 여동생, 고양이, 엄마와 함께 살면서도 마음은 자꾸만 아빠 마틴(레이날도 아미엔 구띠에 레즈)에게로 향한다. 새집에서 아빠와 함께 살기를 꿈꾸지만, 중년 예술가 마틴의 상황은 여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에바는 맥주와 담배, 섹스까지 어른의 세계를 탐하며 마틴의 주변부에 머물고자 한다. 올해 로카르노영화제 3관왕(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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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비발디가 흐르고, 꽃병이 던져지고,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음반이 박살나고, 악보가 휘날린다. 분노한 여성 앞에서 다른 여성은 도망치다 뺨을 맞고 피아노 위로 쓰러진다. 아녜스 고다르가 촬영한 4분의 슬로우모션은 올해의 오프닝 중 하나다. 우르슬라 마이어의 영화 속 가족에게 환경은 절명에 가까운 조건인데, <홈>(2008)과 <시스터>(2012)를 결합한 신작은 타인보다 가족 내부 깊숙이 파고든다. 마가렛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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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달바엠마누엘 니코의 도전적인 데뷔작은 대답보다 질문에 더 귀를 기울이게 한다. 아빠와 사는 12살 소녀 달바는 성인 여성처럼 입고 치장하며 지낸다. 이면에 숨겨진 문제를 자각하기엔 그는 어린 나이다. 어떤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전쟁 같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같은 심장으로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영화는 정상성을 강요하지 않는다. 소년기를 박탈당한 아이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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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 레이가족을 버리고 자유분방한 삶을 살고 있는 아버지를 둔 형제 레이먼드와 레이. 성인이 된 후부터 거의 아버지를 본 적 없던 그들에게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 가셨다는 부고 소식이 들려온다. 아버지를 잃었다는 슬픔보다는 그가 자신들에게 지은 죄 때문에 오히려 분노가 앞서는 레이먼드와 레이는 탐탁치는 않지만 장례식에 참석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변호사로부터 아버지가 남긴 황당한 유언을 듣게 되고, 아버지의 무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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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 34시몬은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돕는 국선변호인으로 일하기 위해 직업 훈련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밤이 되면 그녀는 온라인 포르노 스타로 변신해 학비를 조달하고, 이제는 위험천만한 BDSM의 세계로 발을 들이려 한다.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룰 34>는 결코 무난하고 점잖은 영화를 찾는 사람을 위한 작품이 아니다. 실수로 포르노 사이트를 방문한 것일까 의심되는 파격적인 도입부를 지나, 불편하고 불쾌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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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는 소녀1981년, 아일랜드의 한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어린 소녀 카이트는 가난으로 당장 그녀를 돌볼 수 없게 된 그녀의 어머니에 의해 당분간 거의 남이라고 할 수 있는 먼 친척 부부에게 맡겨지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생전 처음 본 부부와 함께 살게 된 카이트는 새로운 환경이 낯설기만 하다.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아내 에이블린과는 그런대로 잘 지내지만, 무뚝뚝한 남편 션은 이 모든게 못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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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로스엔젤레스에서 홀로 살고 있는 모니카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의 고향 오하이오로 돌아간다. 20년 만에 방문하는 고향엔 아픈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오빠 폴과 그의 아내 로라, 모니카가 처음 보는 조카들과 오랫동안 어머니의 간병을 맡아 온 레티시아가 있다. 그들은 외면적으론 모니카를 따뜻하게 맞아 주지만, 그 뒷면에는 고향을 등지고 매정하게 떠났던 그녀에 대한 서운함이 서려있다. 어머니와의 아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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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진짜야쿠엔틴 듀피유의 기발한 상상은 멈추지 않는다. 이사 온 집 지하에 마법의 터널이 있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마을을 ’로우키‘라 일컫는 데서 보듯 그의 영화로선 드물게 울적한 코미디다. 게다가 웬디 카를로스보다 바흐를 더 흐물거리게 편곡한 존 산토의 신디사이저가 정신을 몽롱하게 한다. 표면적으로는, 집과 직장 상사의 비밀을 빌려 인간의 헛된 욕망과 시간의 패러독스를 말하는 영화다. 단, 듀피유는 언제나 예술에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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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혹은 클라라의 죽음2016년 10월 12일 밤, 21세의 클라라 로이에가 온몸에 휘발유를 덮어쓰고 산채로 불태워졌다. 누가 이런 야만적인 짓을 저질렀나? 요한과 사법경찰은 클라라 측근을 중심으로 탐문에 나선다. 클라라가 사귀던 남자들 중 한 명이 저지른 보복 행위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수사에는 진척이 없는데 경찰은 설상가상으로 피해자의 개방적인 성격과 자유로운 연애관을 섣불리 판단하려 든다. 스릴러의 거장 도미닉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