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영화의 결정적 순간들
김종관 <낮과 밤은 서로에게> <최악의 하루>(2016), <더 테이블>(2016), <조제>(2020) 등을 통해 고유의 영화 형식과 양식, 감성과 시선을 거듭 시도하고 확장한 김종관 감독의 회심의 작품. 배우 김민하, 주종혁, 한선화, 장률, 심은경, 이희준, 전소영, 김동휘의 연기 앙상블 또한 흠잡을 데 없다.
세계적인 팝스타 마더 메리(앤 해서웨이)는 투어 도중 옛 친구 샘(미카엘라 코얼)을 찾아가 드레스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이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는 과거의 사건, 해묵은 감정, 관계의 균열을 파헤친다. 로워리는 한 인터뷰에서 대사로만 이루어진 각본을 강렬한 시각적 경험으로 옮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이 영화의 성취는 은유로 넘치는 대사가 아니라
“구름이 해를 가리면, 해는 숨는 걸까, 사라지는 걸까.” 아테네의 한 고등학교 교실. 선생님이 질문을 던지지만, 조(에비타 안드리오풀루)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대신 카메라가 창밖의 하늘을 바라본다. 파란 하늘에 교실의 네모난 형광등이 둥실 떠 있다. 투명한 유리창에 실내 조명이 비치면서, 안과 밖, 인공의 빛과 자연의 빛이 한 평면에 포개진 상이다. 무
연상호 | 한국 | 2026년 | 101분 | 갈라 프레젠테이션 10.13 L9 09:40 / 10.14 L10 18:40 9년 전 스쿨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 선우를 잃은 소영(김현주)은 증강현실 프로그램 ‘낙원의 아이들’에서 어린 아들과 재회하며 살아 간다. 그러던 어느 날 훌쩍 성장한 청년 선우(배현성)가 나타나면서 굳게 믿어온 기억
삶의 끝을 안다는 것은 삶의 의미까지 안다는 뜻일까. 인간은 예로부터 삶과 죽음에 대해 천착해왔다.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우리와 함께 있지 않으며, 죽음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주창한 고대 그리스의 에피쿠로스학파부터, 삶이란 ‘매일 죽음을 연습하는 일’이라고 한 플라톤을 거
지난 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절해고도>을 선보였던 김미영 감독은 다시 한번 벤다이어그램을 그려 주인공 혜주(프로그램 노트에는 '해주'로, 영문 자막은 'hye-joo' 로 쓰여있는데 들리는대로 표기해본다. 이유하분)를 중심에 놓고 등장인물들의 교집합을 파악해봐야 할 영화 <모종의 탐정>을 들고 다시 BIFF로 돌아왔다.
마리 크로이처 |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 2026년 | 115분 | 월드 시네마 10.07 L4 20:40 / 10.08 C1 12:40 / 10.13 C6 13:00 피아니스트 루시(레아 세두)는 번아웃에 시달리는 남편 필립(로렌츠 루프)과 아들 조니(말로 블랑셰)와 함께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한다. 하지만 새집에서의 생활이
리윈찬 | 대만 | 2026년 | 112분 | 경쟁 10.12 B3 19:10 / 10.13 L10 18:10 / 10.14 L10 10:20 <평범하기 위하여>의 중심에는 겉보기에 무난한 4인 가족이 있다. 그들은 정상성으로부터 멀어 보이지도, 격정적인 불화를 겪는 것같지도 않아 보인다. 그러나 대학생인 장남이 교통사고를
박송열 | 한국 | 2026년 | 96분 | 비전 - 한국 10.12 C5 20:20 / 10.13 C3 17:20 / 10.14 C7 10:00 부부 사이인 박송열 감독과 원향라 프로듀서는 ‘새 생명’의 탄생과 함께 인생의 변화를 맞았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 일상을 한 편의 영화로 번역해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를 완성했다.
제임스 그레이 | 미국 | 2026년 | 144분 | 아이콘 10.9 SH 19:40 / 10.12 L2 12:40 / 10.14 L2 15:30 1980년대 뉴욕, 전기 엔지니어 어윈(마일스 텔러)은 전직 경찰인 형 게리(아담 드라이버)의 제안으로 하천 정화사업에 뛰어들지만, 뜻하지 않게 러시아 마피아와 얽히며 위험에 빠진다. 가족을 위
하비에르 칼보, 하비에르 암브로시 | 스페인·프랑스 | 2026 | 159분 | 플래시 포워드 10.11 SH 16:10 1932년, 1937년, 2017년. 서 로 다 른시대를 살아가는 세 남자의 이야기가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의 역사 속에서 교차한다. 분열된 스페인에서 소속될 곳을 찾는 카를로 스(밀로 쿼페스), 내전 속에서 적대
마르게리타 페라리 | 이탈리아 | 2025년 | 86분 | 플래시 포워드 10.8 C6 15:40 / 10.11 L6 16:00 / 10.14 B2 09:40 G8 정상회의 반대 시위로 도시 전체가 혼란에 휩싸인 2001년 7월의 제노바. 임신 8개월인 18세 니콜(가이아 라비나)은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시위대가 문을 두드리자 이들을
마이 엘투키 | 덴마크, 라트비아, 스웨덴 | 2026년 | 126분 | 월드 시네마 10.11 B1 18:40 / 10.14 B3 13:30 1945년, 나치 독일의 점령에서 해방된 덴마크에서는 나치 협력자들에 대한 처벌을 감행 한다. 특히 독일군과 관계를 맺은 여성들은 공개적인 모욕과 폭력의 대상이 된다. 가정교사이자 가정부인 마리(
어쩌면 우리의 삶은 이미 궤적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조의 하루에 ‘페드라‘라는 사람이 등장하는 챕터 역시, 그녀가 필연적으로 통과해야만 했던 생의 한 페이지였을 테다. 오프닝을 채우는 푸른 하늘과 경쾌한 이모지들은 영화가 가진 기발한 상상력의 서막을 알린다. 조의 엄마가 듣던 라디오에서 ‘공기의 삼위일체는 정신과 상상력, 창의력이다’는 멘트가
여러 차례 변주되어 온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이 놀라운 방식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속하기도 포착하기도 하는 시공간의 비밀이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되는데, 한 세기 전 런던의 상류층 부인 클라리사는 나이지리아 해안도시 라고스의 재력가 부인 클라리사로 옮겨 온다. 중년의 클라리사는 고급 저택에서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메이드를 시켜 그릇을
<빵과 책>(마지드 마지디, 2026)은 사막과 바다의 풍경을 조감하는 시점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솔란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지만, 영화의 시점은 결국 그가 살고 있는 사회 전체를 조감할 수밖에 없다. <빵과 책>은 개인의 선택을 통해 인물이 속한 사회 전체의 한계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물을 따라가
최희서, 손석구 주연의 <베드포드 파크>(2026, 감독 스테파니 안)은 통속극의 얼굴을 한 로맨스 드라마다. 배경이 미국이고 인물들이 영어를 쓰지만 너무도 익숙한 한국 가족 구성원들과 그들 사이의 관계와 트라우마를 보여주며, 여주인 오드리와 남주인 일라이의 관계 설정 및 서사 진행도 로맨스의 문법을 따른다. 우리 집의 모습이기
응우옌푸엉마이 감독의 장편 데뷔작, 영화 <우리, 파도처럼>은 LA에 사는 16살의 AJ가 매력적인 동급생인 크리스틴을 사랑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AJ 둥고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개막작으로 초청받았다. AJ는 크리스틴의 마음을 얻고자 하지만, 크리스틴은 처음에 AJ에게 관심이 없다.
불쾌하게 이어지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의 끝에서 무표정한 얼굴의 카샤를 만난다. 그녀는 폭력적인 남자 친구의 강요로 빈집에 침입해 물건을 훔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사망한 남자가 홀로 남겨진 집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궁지에 몰린 카샤는 그가 살았던 공간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마치 그와 친밀한 관계였던 것처럼 행세하며 삶의 바꿀 기회를 놓치지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미래를 본다는 설정은 거대한 사건을 터뜨리는 동력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은 이 판타지를 고향 마을 길가의 낡은 벤치 위에 조용히 내려놓는다. 그저 벤치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는 것. 이토록 단순하고 무해해 보이는 행위가 오히려 인상 깊은 이유는, 영화가 판타지를 장르적 쾌감의 볼거리로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은율’은 20대가 되어 서울로 상경 했다. 눈을 감고 집중을 하면 어느 미래의 시점에 본인에게 일어날 장면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 독특한 건 이 기이한 능력이 아무 곳에서나 발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년을 보낸 고향 마을 어귀 입구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서울에 있는 벤치
김미영 감독의 영화 <모종의 탐정>은 작가인 주인공 해주(이유하 분)가 자신의 작업실을 나와서 자신의 과거와 연관 있는 장소들을 방문하고, 그 장소와 얽힌 인물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과거와 모종의 화해를 하는 이야기다. 영화 <모종의 탐정>은 2021년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비전 섹션에 초청된 영화 <절해고도>에 이어 김미영
OTT의 등장 이후 극장가를 향하는 발걸음이 줄어들었다. 현실적인 지표들이 줄어든 발걸음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영화 <극장에 두고온 것들>도 강원도의 오래된 극장의 철거로 시작한다. 그 일과 비슷한 시점에서, 주인공 도경(기도영)은 영화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하던 친구 현진의 부고 소식을 뒤늦게 접한다. 영화 <극장에 두고온 것들>은 상
<베일러>(오세현, 2026)는 퇴사한 은주(김슬기)가 창호(우지현)로부터 한 달간의 농사 아르바이트를 제안받고 정읍 시골에서 일하게 되는 내용이다. 제목인 ‘베일러’는 볏짚을 모아 동그랗거나 네모나게 압축하는 농기계를 말하며, 시골의 논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시멜로를 닮은 커다란 덩어리를 만든다. 농사일이 으레 그렇듯, 은주의 일은 고되다.
BIFF NEWSLETTER
OTHER MENU
SUPPORT
FOLLOW US ON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