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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News 부산국제영화제 소식
2025 Program Sections — 30th Edition
Official Selections 공식 상영작 64개국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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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Note
시한부 판정을 받은 영화감독 제현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마지막으로 제대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 영화가 뭐길래, 자신을 갉아먹으면서까지 하느냐며 책망하는 아내 수진 몰래, 제현은 친구 지영의 도움을 받아 배우들을 만나고 영화를 진척시켜 나간다. 제현의 무모한 감행, 단호한 결심을 수진이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영화를 향한 제현의 이 뜨거운 열망은 후회와 회한, 집념과 체념, 고통과 환희, 죽음과 사랑이 뒤섞인 복잡한 내면의 투명한 얼굴과 다름 없다. 여기까지가 <다른 이름으로>의 전반부다. 세계 안에 깊숙이 매복해 있는 생의 불가해함, 서늘하기에 한층 더 매혹적인 그 세계의 면면과 흐름과 작동을 담백한 구조와 신묘한 형식으로 잇고, 떼고, 세우고, 허물고, 다시 짓기를 시도해 온 이제한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이다. 앞부분과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진행되는 후반부는 한층 더 과감하고 거침없다. 이제 이곳에 제현은 없지만, 아직 영화가 되지 못한 시나리오가 있다. 그것을 수진이 영화로 완성하고자 한다. 그것이야말로 수진이 제현을 기억하고, 사랑하고, 살아가는 방법이자 이유라는 듯이. 꿈과 현실이 무람없이 이어지고, 유령과의 대화가 스스럼없고, 같은 얼굴의 다른 출현을 목격하며, 프레임 안팎의 긴장, 유머와 페이소스, 결과의 영화가 아닌 과정의 영화가 물 흐르듯 이어진다. 그러면 어느새 도착해 있는 <다른 이름으로> 앞에서 홀리듯 마음이 열린다. 영화와 사랑을 가까스로 붙잡고자 하는 이들의 무릅씀은 가상하고 그 끝에 얻는 소박한 깨달음은 벅차다. 감동과 물기 어린 생의 기운은 반짝이며 되살아난다. (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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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Note
샤오리는 영화에서 꼭 두 번 웃었다. 리리와 노래방에 갔을 때, 그리고 자신을 혼자 남겨두고 떠난 줄 알았던 리리가 다시 돌아왔을 때. 감정 표현이 없는 소녀 샤오리는 가정 폭력을 일삼는 알코올 중독자 아빠, 샤오리에게만 유독 가혹한 미용사 엄마, 그리고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동생과 살고 있다. 높은 계단을 올라야 갈 수 있는 꼭대기 작은 집에 사는 샤오리는 아빠가 살림을 때려 부수고 엄마에게 폭력을 가해도, 유일한 자신만의 공간인 캐비닛 옷장 안에 웅크리고 앉아 악몽을 꾸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어느 날, 리리라는 미국에서 온 전학생을 만나면서 샤오리는 일탈을 꿈꾸기 시작한다. 1988년을 배경으로 한 <소녀>는 감성적인 화면의 색감과 꽉 짜여진 미장센만으로도 우리를 그 시절로 데려가는 힘이 있다. 엔딩 크레딧에 그저 ‘여자’로 표시된 샤오리의 엄마는 자신의 현재를 구성하는 과거의 상처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상처는 고스란히 샤오리에게 전가되어, 또 다른 상처를 만든다. <소녀>는 등장인물들의 농축된 감정들과 그 감정들의 부딪힘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밀도 있는 서사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서사는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와 좁은 공간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카메라를 통해 더욱 힘을 얻는다. <소녀>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서기 감독은 수려한 연출력으로 존재감을 증명하며,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신인 감독의 탄생을 성공적으로 알린다. (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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